브뤼셀 조약은 결국 서유럽 연합으로 이어진다. (1) 소련의 위협에 집단 대처해야 할 기구가 필요했고, (2) 그것은 유럽의 기구이어야 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문제, 2차대전 전범국의 유럽통합이 있었다. 특히 독일의 연합국 지배가 끝나면서, 그를 대체할 조약이 필요했고, 여기에 (1)과 (2)의 이유가 더해졌기 때문에 서유럽 연합이 탄생하게 되었다.
사실 40~50년대의 유럽은 외교부장관들의 시대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 때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인물이 있다. 당시 프랑스 외교부장관(1948-1953), 로베르 슈만(Robert Schuman)이다. (…실은 대머리인데 사진은 모자를 쓰고 나왔다. 당시 성인 남자의 패션 필수 아이템이 저 모자.) 알사스-로렌 출신이기 때문에, 그의 국적은 3번 바뀐다. 첫 번째는 독일, 1차대전 후에는 프랑스, 2차대전 때는 다시 독일, 2차대전 때는 다시 프랑스. 이 사내가 중요한 이유는 유럽석탄철강공동체 때문이기도 하고, EU의 설립자로 존경을 받기 때문이기도 하다.
브뤼셀 조약과 서유럽 연합을 주도한 것이 프랑스와 영국, 베네룩스이지만, 이 때의 서유럽은 프랑스와 영국 외교부 장관의 협의에 따라 달라지는 형세였다. 서유럽 연합 출범 당시 슈만의 파트너는 아래 포스팅에 이미 언급한 베빈이었다. 영국은 당시 인도를 빼앗겼고(?), 프랑스는 모로코와 튀니지의 독립승인과 함께 인도차이나에서 불온한 기운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니 두 나라 모두 연합(entente cordiale)을 지속시킬 수밖에 없었다. 간단히 말해서 해외에서 힘이 빠진 두 제국은? 연합을 함과 동시에 여기에 기타등등(독일과 이탈리아)을 끌어들여 힘을 보충한다는 얘기가 되시겠다. 단, 독일과 이탈리아는 견제를 해 주어야 하고, 그에 따라 안보 협력체가 먼저 생기게 된다.
서유럽 연합은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 EU와 법적인 관계는 현재 모호한 상태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리스본 조약이 EU와 NATO, WEU간의 협력을 명시하고 있기도 하지만, EU와 통합노력이 이뤄지고 있기는 하다. (내년에 WEU를 종료시킨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