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해빠진 갖가지 진부한 이야기. 그런 이야기를 나눌 사람은 이 세상 아무 곳에도 없다. 대화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를 않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나아간다면, 모든 말, 언어는 기표이지 기의가 아니라는 말과도 같겠지만, 무엇보다도 말은 물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일방적일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그 말을 둘러싼 공기이다.
괜히 복잡하게 썼는데, 이상하게 생각할 것은 없다. 판단하는 것 자체가 두렵긴 하겠지만, 진심이 있다면 무슨 말을 하건 알 수 있다. 무슨 행동을 해도 알 수 있다. 어차피 ‘대화’라는 것을 해 봤자 한없이 무력해지는 권태의 느낌밖에 나오지 않는다. 오고 가는 가짜들은, 그 나름의 의미, 그것도 매우 날 것의 의미를 지닌다. 그리고 그것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 그녀 뿐이다. 실제로 브람스를 좋아하건, 싫어하건 그것은 의미가 없다.
이토록 날 것에 대한 취향이 깊어질수록 손해막심하다는 것 또한 알고 있긴 한데, 어차피 나 스스로를 참아내기 힘드니 사강을 읽는 것으로 균형을 잡아야겠다. 난 이미 우엘벡이 산산이 찢어 놓은 몸이다. 나, 엉망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