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로, 소돔 120일은 저작권 소멸이 된 고전(!)이라서인지, 온라인으로 올라와 있다. 늘상 대출중(…)이라면 온라인으로 봐도 무방하겠다. 난 아직 보지 못하였다. 틈이 나면 읽어야 하겠지만, 읽어야 할 책은 언제나 많다.
예전 로그 찾다 보면 나올 텐데, 사실 이 영화는 모로코 살 때 텔레비전 방송(!)으로 봤었다. 불어판이었고, 정말 인상 깊은 영화였다. ㅎㅎ 그래도 한글 자막으로 다시 보니까 확실히 알겠다. 과연 이 영화는 문제작이 맞다. 감독이 이것을 찍고 살해당할 만 하다.

실제 영화에는 안 나온 장면이다
그런데 모두들 이 영화가 나찌 치하, 즉, 파시스트 치하를 풍자한 내용이며, 권력의 타락이 어디까지인가를 논한다고 한다.
그러나 내가 아는 파솔리니라면 그 정도로 끝낼 위인이 아니다. 이런 대사가 있다.
L’unica vera, grande, assoluta Anarchia, è quella del potere.
« 진정한, 위대한, 절대적인 무정부주의만이 바로 권력일세. »
파시즘과 무정부주의는 연관을 짓기가 사못 어렵다. 그리고 당연스레 우리는 둘 모두를 ‘악’으로 간주한다. 파솔리니가 파시즘을 싫어한 것이야 당연하겠지만, ‘파시즘을 싫어한다’는 것 자체를 의심스러워 한 것도 당연하다. 권력을 무너뜨리는 것도 권력이며, 무정부주의는 형용모순이 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남는 것은 쾌락 추구, 행복 추구이다. 전쟁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간다는 말이 있듯, 모두가 평온해지면 만사 OK이다. 영화 속에 나오는 네 명의 권력자(성직자와 사업가, 판사, 귀족)는 권력을 갖고 자신의 행복에 그 권력을 아낌없이 쏟아 부었다. 이들이 남자 역할만 한 것도 아니다. 이들은 동성애에 있어서 여자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즉,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죽박죽이 되는 상황도 여러 번 있었다는 얘기다. 물론 마지막의 학살이 상황을 뒤엎기는 하지만, 파솔리니의 의심은 여전하다. 그것을 알아차려야 이 영화를 음미할 수 있잖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인상깊은 장면이 유튜브에 있어서 임베딩한다.



Salò o le 120 giornate di Sodoma
이 영화는 할 말이 아주(X100) 많다. 파솔리니가 이 영화를 찍자마자 총 맞아 죽은 만큼, 자세히 봐 줘야 예의이기도 하겠지만, 설사 그러지 않았다 하더라도 장면 하나 하나를 음미해야 할 필요가 있고, 또한 그러하지 않을 수 없는 영화다. 생각해 보면, 여전히 수수께끼 중 하나라 일컫는 파솔리니의 죽음은 ‘희생’일 수도 있겠다. 현대 서유럽 사회에서 자기 자신을 위해 순교한 사람은 그 사람 하나뿐일지도 모른다.
우선 이 두 사진을 보시라. 주인공(!)들의 총에 맞아 죽은 꼴라보의 모습이다. 그는 흑인과 동침하다가 걸렸다. 그래서 죽임을 당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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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살로의 저택에 희생자들을 감금하면서 나왔던 규칙이 있다. 남녀가 섹스하면 벌(죽음이었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난다)을 받는다였다. 처음부터 흑인 하녀와 눈이 맞았던 그가 벌을 받을 것임은 이미 시사가 된 바였다. 생각해 봐야 할 점이 많다.
이 영화는 남녀 간의 섹스장면을 전혀 내보내지 않는다. 있는 것이라고는 오로지 보편적이지 않은(?) 형태의 섹스 뿐이다. 왜일까? 결국 코메디가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편은 곧 코메디다.
하지만 마음에 걸리는 것은 흑인 여자가 갖는 지위, 그리고 주먹쥔 손을 쫙 하늘로 편 상태로 죽었다는 점이다. 언제나 서유럽에게 뜯어 먹히기만 한 흑인, 그리고 여자라는 존재가 백인 남자와 감히(!) 섹스를 했으니 죽어 마땅하게 된다. 혹 오델로도 그렇게 봐야할지 모르겠는데, 한 명도 아닌, 주인공 모두가 그를 응징한다는 데에서, 그렇게 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런데 문제는 하늘로 곧게 편 상태가 저항하는 자의 데모를 연상시키는 한편, 파시즘/나치즘의 인사 형태도 연상시킨다는 데에 있다. 둘은 같은 것일까? 저항과 압박이 좌우 대칭을 이룬다고 생각한다면 결코 편하게 바라볼 장면이 아니다. 파솔리니는 그를 그냥 총 맞아 죽게 내비 둘 수도 있었다. 그가 세상에 대해 느낀 피로감을 생각해 보면, 이런 장면은 일종의 스트레스 해소일 수 있겠다.
이것 외에도 많다. 그 만큼, 대단한 영화다.